화요일, 5월 06, 2008

새벽의 바람

굉장히 오랜만의 포스팅이다. 쓰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으면 쓰지 않는 것이 나의 규칙이니까.. 이 블로그를 처음 보는 사람은 글들을 보고 혼란스러워 할지도 모르겠다. 내 블로그지만 나만 글을 쓰는 공간은 아니라서 다른 분들의 글을 내가 쓴 걸로 생각하고 읽으면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생기는 탓이다. 다른 분들의 포스팅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얼마 전 구입한 '세실리아 맥' 덕분에 포스팅할 글을 쓰는 일이 무척 수월해졌다. 그렇다. 나는 내 소유의 컴퓨터에 이름을 붙이는 별난 놈이다. 전에 쓰던 조립 PC의 이름은 '뮤'였다. 컴퓨터 구입에 조립 PC 지향의 '뮤2'와 완제품 지향의 '세실리아'라는 두가지 프로젝트가 존재했었는데 '세실리아'를 선택한 것이다.
어제는 잠에서 깨어 머릿속이 맑아진 것을 느끼며 책상위의 '세실리아'를 켰다. 고요한 가운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음악과 내방의 살짝 열려진 고층 아파트의 창문으로 멀리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불어오는 차갑지만 상쾌한 새벽의 바람.. 살며시 느껴지는 청량감.. '이런 게 행복이란 기분일까' 하고 생각했다. 나는 언제까지나 되새기며 이 계절의 바람과 그 순간의 느낌을 사랑할거라고 생각한다. 어째서 좀 더 어렸을 때는 깨닫지 못한 것일까..? 이 순간의 기분을 느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면 슬픔이 엄습해온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작은 것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는 공학도라 한들 결국 감정을 가진 감성의 동물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일, 일상의 미묘한 상황들에서 오는 분위기를 느끼는 일, 좋아하는 취미활동 모두 감성적인 행위들로 언젠가는 끝나버릴 무의미한 삶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일이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 이유는 찰나의 느낌을 오래도록 더욱 생생하게 기억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도 모르는 채 감수성이 예민해진 그날은 정말 오랜만에 오카리나를 꺼내서 연주해보았다. 역시 감정이 섞여있을 때의 연주는 다르다. 누구를 위해서도 아닌 나 자신의 마음을 향한 연주는 소중하다. 처음부터 그랬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배우기 시작한 것도 아니고 나 자신의 영혼을 위해서였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전에 분명히 자신을 혐오하는 인간이었다. 그 후 수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자신을 사랑하는 인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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