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2월 23, 2007

발음의 중요성(1)

일본어를 잘 한다는것은 어떤의미일까? 한자 1945자의 완벽한 암기? 우케미, 경어등 어려운 문법의 마스터? 사전이 필요 없을정도의 완벽한 어휘력? 여러가지 측면에서 실력을 쌓아야만 일본어를 잘 한다고 말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이면서도 중요하지 않는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발음"이다. 물론 이것은 일본어에만 한정되는 내용이 아니다.

작 년 여름, 우연히 한일교류 채팅사이트에서 한국에 거주중인 일본인과 채팅 후 그것이 오프모임으로 이어져 최근까지 10 수명의 일본인들과 꾸준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일본인들의 한국어 실력은 대체로 좋지 않았으므로 내쪽에서 일본어로 얘기를 했기에 부정확한 한국어를 듣는 기분이 어떤건지 별로 느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동남아노동자를 위한 방송(MWTV)의 개국 1주년 녹화영상을 보게 되었고, 퍼펙트한 문법이나 외국인에게 어려울것이라 생각되는 구어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으로는 발음의 어색함이 전혀 커버되지 않는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동안 나의 엉성한 발음을 들어온 일본인들의 느낌도 별다를게 없을것이라는 생각을 하자 뒷통수를 얻어맞은듯한 느낌이다.

모국어의 간섭현상은 외국어 학습에서 엄청난 문제가되는데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이 일본어 학습시 틀리기 쉬운 예를 들자면, 악센트가 없는 모음이 애매하게 되는 현상(예-요코하마>여커헤머), 악센트가 있는 모음이 길어지는 현상(예=도코>도오코)등 서양인의 한국어에서도 자주 보이는 버터맛 발음이 나오는데 이정도면 알아듣기가 괴로울거다. 물론 나의 발음은 일본인에게 충분히 통한다.

나 뿐 아니라 대다수의 한국인들의 일어발음은 큰 문제없이 일본인에게 통할것이다. 다행히도 한국어와 일본어의 발음이 그나만 유사하기 때문이다. 한국어를 3~6개월 정도 배운 일본인들의 한국어발음은 한국에서 몇년정도 거주한 방글라데시인, 네팔인의 발음보다 정확하니 아마 틀림없을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정도로는 충분치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대학에서 영어시간에 어떤 교수는 발음보다 내용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며 아인슈타인의 독일어억양 영어를 갖고 시비를 건 사람은 없다고 했다. 발음에 신경을 쓰는것보다 전달하려는 내용 그 자체와 문법(정확히는 작문)에 신경을 쓰라는 얘기이다. 일견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건 상대가 아인슈타인이기 때문이다! 말이라는건 단지 의미만 전달하는건 아니다. 사람마다 다른 목소리, 억양, 말투 등에서 생각 이상으로 내용외의 많은것이 전달된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만큼은 어쩔 수 없겠지만 외국어의 경우 깨끗하고 정확한 발음을 구사한다면 어눌해보인다는 인상을 주는것을 막고 스마트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을것이다.

문제는 일본어를 포함한 어느 외국어라도 대체로 음성론이 중시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대부분의 외국어 학습자들에게 공통된 현상이겠지만 발음은 대략 한국어의 음가중 비슷하다고 생각되는것으로 마음대로 대체해버리고 일단 문법과 독해부터 실력을 키우게 될거다. 하지만 이런식의 공부법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霧와 義理를 한국어 발음으로 대체해 둘 다 "기리"라고 외어버리면 글로 쓸 경우 어느쪽에 탁음이 붙는지 헷갈려버린다. 만약 "키리"와 "기리"라고 외어버리면 어디에 탁음을 붙이는지 헷갈리지는 않겠지만 일본어에는 구분도 없는 유기음과 무기음으로 멋대로 き와 ぎ를 구분해버리게 된다. 전자도 정확한 발음이 아닌건 매한가지이지만 "기리"라는 발음은 霧에는 상당히 가까우므로 그나마 하나는 맞춘거다. 하지만 후자는 霧와 義理의 발음을 둘 다 틀리고 있다.

이런식으로 멋대로 음가를 대체한 발음은 회화시에도 그대로 나오게 되며, 한번 정해진 발음은 간단히 고쳐지지도 않는다. 단어의 의미나 동사/형용사변화를 잘못외운게 있다면 새로 외우면 그뿐이자만 한번 엉터리로 익힌 발음을 정확히 바로잡으려면 그와 비교도 안되는 노력이 들어간다. 따라서 어렵다고 생각해 발음은 뒤로 돌려버릴게 아니라 제일 처음에 일단 음성론부터 들어가는게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일본어의 발음중 어려운 부분이 많겠지만 먼저 얘기하고 싶은건 유성음과 무성음의 구분이다. 언어에서 구분이 되는 음가는 대립관계에 있다고 하는데 일본어는 알파벳을 문자로 쓰는 언어처럼 유성음과 무성음이 대립한다. 하지만 한국어는 유성음과 무성음이 대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유성음과 무성음을 구분해 듣는게 어렵고 직접 구분해 발음하기도 힘들다. 반대로 일본어는 유기음(ㅋ, ㅌ, ㅍ)과 무기음(ㄲ, ㄸ, ㅂㅂ)의 대립이 없다. 실제로 "카, 까". "타, 따". "파, 빠"의 차이점을 묻는 일본인에게 각각의 발음을 들려줘도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었다. 한국인의 감각으로는 "か"와 "が"가 "카"와 "가"에 거의 비슷하게 대응한다고 생각하겠지만 한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쳐본 경험이 있는 일본어 교사라면 한국인은 "か"와 "が"를 구분해 발음하지 못한다고 볼것이다.

한국어에 무성음(청음)과 유성음(탁음)을 구분해 다른 어휘로 생각하는 것은 없으므로 한국인은 의도적으로 유성음, 무성음을 내기는 어렵다. 자음이 놓이는 위치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성, 무성의 구분이 생긴다. "아가"와 "가락"에서 똑같은 "가"가 들어가고, 둘 다 같은 음가를 갖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전자는 유성음, 후자는 무성음이다. 한국인이 言語(げんご)를 발음한다면 한국어에서 어두에 유성음이 오지 않으므로 일본인이 듣기에는 "けんご"로 들리게 된다. 그나마 뒤의 語가 ご로 발음되는건 "아가"의 "가"가 한국인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유성음으로 발음되는것과 마찬가지로 "우연의 산물"일 뿐이다.

반대로 일본인이 한국어를 배울경우 ㄴ, ㅇ, ㅁ등의 받침에서 고전을 하게 되는데 실제로는 일본어에도 ㄴ, ㅇ, ㅁ받침이 있다. 일본어를 배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겠지만 ん의 뒤에 오는 발음에 따라 ん이 ㄴ, ㅇ, ㅁ받침중 하나로 쓰이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ん의 발음이 변화한다는것을 눈치채지 못한다. 선택적으로 구분해 쓰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어 음성론은 시중에 교재가 많지 않지만 "이해하기 쉬운 음성"이라는 책을 추천하고 싶다. 저자도 일본인이고 일본인을 대상으로하는 JEES(일본어교육능력검정시험)수험서라(번역본이 아니다. 100%일본어로 되어있다) 내용이 결코 쉽지 않으므로 일본어에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싶다.

단지 일본어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목적이거나, 게임이나 애니메이션등 취미를 위해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다면 발음같은건 아무래도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인과 대화를 할 일이 많다면 정확한 발음을 공부해보는게 어떨까? 열심히 반복연습을 한다면 자신의 인상이 전혀 다르게 전달 될 날이 올것이다.

よくわかる音声(이해하기 쉬운 음성)의 링크. 책 내용의 일부를 볼 수 있다.
http://www.amazon.co.jp/gp/product/4872349415/ref=sib_rdr_dp/249-1623305-2220350?ie=UTF8&no=465392&me=AN1VRQENFRJN5&st=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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